164km 일본 괴물 사사키 “미국에서 열심히 하고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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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구속 164km의 광속구를 뿌리는 일본의 괴물 투수 사사키 로키(23)가 홈팬들 앞에서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사사키는 17일 홈구장 ZOZO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년 팬페스트 행사에 등장해 “구단의 지원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게 됐다”면서 “지난 5년 동안 받았던 성원에 감사드린다. 그 뜨거운 성원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열심히 하겠다”며 지바 롯데 팬들에게 자신의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도전의 각오를 밝혔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사사키의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을 ‘배신’으로 규정하고 규탄했던 팬들도 박수와 성원으로 그의 도전을 환영했다. 팬들이 ‘설령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더라도 꿈을 이루고 싶다’는 사사키의 진심을 헤아렸기 때문이다.
또한 사사키는 “부상으로 괴로울 때도 있었는데 많은 분들의 힘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굴곡이 있었던 커리어에서 지바 롯데의 지원과 팬들의 성원이 고난을 이겨낸 원동력이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요시이 마사토 감독도 사사키를 소개하면서 그의 행운을 빌어주기도 했다. 요시이 감독은 “지난 5년간 사사키는 우리 팀에 큰 힘이 됐었다. 이젠 다른 팀으로 이적하게 될 것 같은데 그의 도전을 응원하고 싶다. 따뜻한 마음으로 보내줬으면 한다”며 사사키의 등장 앞에 그를 향한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그간 사사키는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LA 다저스)의 뒤를 이어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의 1순위 후보 선수로 꼽혔다.
2020년 지바 롯데에 입단해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사사키는 신장 192cm의 당당한 체격을 바탕으로 최고 구속 164km-평균 구속이 158~9km에 이르는 강력한 포심패스트볼을 던지는 우완 파이어볼러다. 그 외에도 시속 140km가 넘는 빠른 고속 포크볼을 주무기로 활용 중이다.
사사키는 1군에서 뛴 프로 커리어 4시즌 동안 강렬한 임팩트를 여러 차례 보여줬다. 실제 사사키는 2022시즌 오릭스 버펄로스를 상대로 20세 5개월의 나이로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연소 퍼펙트 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해당 경기서 사사키는 9이닝 동안 무려 19탈삼진을 쓸어담기도 했다.
2023 WBC에서도 일본 대표팀의 일원으로 2경기 1승 평균자책 3.52의 뛰어난 투구를 펼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타니, 야마모토,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와 함께 일본 선발 마운드 축을 이뤄 7.2이닝 동안 11개의 탈삼진을 쓸어담으며 강렬한 쇼케이스를 했다.
하지만 사사키에겐 우려도 따른다. 사사키는 프로 통산 64경기에 출전해 394.2이닝 29승 15패 평균자책점 2.10의 성적을 기록했다. 비율 기록들은 압도적으로 뛰어나지만 데뷔 이후 잦은 부상과 체력 부족 등의 이유로 풀타임을 치른 적이 한 번도 없다.
올 시즌 사사키는 10승 5패 평균자책 2.35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마침내 데뷔 이후 첫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무려 평균이 159km에 달하는 등 최고 강점이었던 직구의 구속이 2024시즌 약 3~4km 줄어드는 등 부상의 후유증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미 2023년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의 의지를 감추지 않았던 사사키는 구단 및 팬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간의 프로야구 협정 상 25세 미만의 일본 선수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마이너리그 계약만을 맺을 수 있다. 결국 지바 롯데의 입장에선 사사키가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되면 많은 이적료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바 롯데는 최소한 25세 이전까지는 사사키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대해 사사키가 불만을 드러내면서 구단과 선수의 대립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바 롯데의 팬들 역시 메이저리그 도전만을 우선시하는 듯한 사사키의 행보에 대해 날 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사키가 금전적인 계약 등의 성공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빅리그에 대한 도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반드시 지바 롯데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기류가 변해갔다. 지바 롯데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사키의 이적을 허락하면서 극적인 화해 무드가 이뤄졌다.
사사키 역시 당장 큰 돈을 손에 얻을 기회를 포기했다. 사사키가 현재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면 받을 수 있는 계약금은 최대 575만 달러(약 80억원)다. 지바 롯데의 보상금도 최대 144만 달러(약 20억1000만원)에 그친다.
미국 언론들은 사사키가 당장 25세 이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진출했다면 최소한 수억 달러 수준의 장기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예상 몸값만 수천억원 수준인데 그것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더라도 메이저리그에 빨리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실제 사사키와 함께 2023 WBC 사무라이 재팬의 마운드를 책임진 에이스였던 야마모토는 지난해 12월 25세로 포스팅에 도전해 LA 다저스와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545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계약을 따냈다.
사사키 역시 부상 없이 2시즌 더 커리어를 보내고 포스팅 이적을 시도한다면 야마모토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지라도 상당한 장기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이란 게 미국 언론들의 지배적인 예상이다. 또한 그보다 더 자유로운 FA로 이적한다면 최소한 3억 달러 이상에서 몸값이 형성될 것이란 관측 마저 있다.
그러나 사사키의 현재 도전이 마냥 납득이 가지 않는 결정은 아니다.
바로 오타니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오타니도 2017년 LA 에인절스에 입단할 때 사사키와 거의 유사한 과정을 거쳐 230만 달러에 불과한 계약금을 받고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이후 유일무이한 이도류 선수로 메이저리그에서 점차 성장하며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한 오타니는 지난해 12월 다저스와 무려 12년 7억 달러(약 9773억 원)라는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액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사사키의 선택 역시 위험도가 크지만 2년 먼저 FA 자격을 얻게 됐을 때, 사사키가 현재 기대치를 충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돌아올 보상은 지금의 관점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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