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2030 월드컵 A조 : 아르헨-알바니아-중국-피지…이거 실화?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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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창설 100주년을 맞아 2030년 월드컵 참가국 수를 64개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검토 단계에 있으나 만약 현실이 될 경우 대회 가치나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월드컵의 근본적인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6일(한국시간) "FIFA는 2030 월드컵 참가국 수를 64개로 늘리는 계획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월드컵 창설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일회성 조치"라고 보도했다.
이후 FIFA에서도 공식 성명이 나왔다. FIFA는 "지난 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FIFA 평의회 회의가 끝나갈 무렵 한 위원이 FIFA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30 대회 참가국을 64개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며 "평의회 위원의 모든 제안은 검토할 의무가 있다. 이 아이디어도 안건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알렸다.

실제로 받아들여질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안건을 검토할 예정인 건 확실해 보인다.
영국 유력 매체 더 타임스 역시 7일 "FIFA가 공식 성명을 통해 2030년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64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이를 ‘흥미로운 제안’이라며 검토할 것을 약속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번 제안은 이그나시오 알론소 우루과이축구협회장이 제안했다. 다만 FIFA 평의회 회의에서 이 제안이 나왔을 때 참석자들은 충격을 받아 침묵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내부적으로도 갑작스러운 발표였던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은 1930년 우루과이에서 첫 개최됐다. 1998 프랑스 월드컵부터 32개국으로 출전국이 늘었고, 2026년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중미 3개국에서 공동개최되는 다음 월드컵에서는 48개국까지 확대됐다.
2030년 대회는 유럽 스페인, 포르투갈, 아프리카 모로코 3개국에서 열리는데 대회 개최 100주년을 기념해 일회성으로 64개국까지 참가국을 늘리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64개국이 참가하게 된다면 211개 FIFA 회원국 중 약 4분의 1이 넘는 나라에 월드컵 본선 출전권이 돌아가는 셈이 된다.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대회가 가지는 위상은 물론 대회 수준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FIFA가 또다시 월드컵 확장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정치적, 재정적 요소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은 더 타임스에 “스포츠적 가치는 부차적이다. 이 결정에는 상업적 이익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미 2026년 월드컵부터 참가국이 32개에서 48개로 늘어나면서, 경기 수가 64경기에서 104경기로 급증했다. 그런데 또다시 2030년 대회에서 64개국 체제를 추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이미 선수들에게 과부하가 걸린 상황에서 경기 수를 더 늘리는 것은 FIFA가 선수 보호에 무관심하다는 증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축구계의 반응도 극과 극으로 나뉜다. 영국 로이터는 “FIFA는 단순히 축구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막대한 중계권 수익과 스폰서 계약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번 결정이 월드컵의 본질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폭스 스포츠는 더 직설적이었다. “이건 완전한 광기”라며 FIFA의 확장 기조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영국 가디언은 “현재 6개국 공동 개최만으로도 일정 조율이 쉽지 않다. 64개국 체제로 가면 대회 기간이 최소 6주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2026년 월드컵도 기존보다 일주일 늘어난 38일간 열린다. 여기에 6주를 추가하면 월드컵이 두 달 넘게 이어질 수도 있다.
대륙별 반응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는 추가적인 진출 기회가 열릴 수도 있지만, 남미의 경우 자동 진출국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지역 예선의 의미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월드컵 본선에서의 재미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본선에 올라올 수준이 되지 않는 국가들이 참가하면 조별리그 단계에서는 주목도가 크게 떨어질 염려가 있다.

아르헨티나, 알바니아, 중국, 피지 같은 팀이 한 데 묶여 긴장감은 떨어지는 조가 편성될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강국이지만 알바니아나 중국, 피지 같은 나라는 축구계 변방에 불과하다. 월드컵에서 경쟁하기에는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
하지만 64개국이 참가하게 되면 아시아에서 최종예선 진출도 간신히 하는 중국이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 밟을 가능성이 크다. 소국이 많은 오세아니아에도 2~3장의 티켓이 주어져 뉴질랜드 외에 피지나 통가, 서사모아 같은 작은 섬나라도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다. 2030년에 리오넬 메시가 뛰진 않겠지만 개막전을 열게 되는 아르헨티나가 중국이나 피지와 개막전을 치러 10골 차 이상으로 이기는 장면도 충분히 가능하다.
세계 축구팬들이 월드컵의 수준에 의심을 품고 채널을 돌릴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감수하더라도 FIFA가 2030 월드컵 64개국 참가를 강력하게 추진할지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https://m.sports.naver.com/wfootball/article/311/000183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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