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 23번 우승하고 명예의 전당 헌액…그럼에도 배고픈 골프 여제 [임정우의 스리 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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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골프의 살아있는 전설 리디아 고
LPGA 투어에서만 통산 23승 차지해
프로 무대서 12년간 맹활약 펼쳤지만
골프 천재·여제로 불리기엔 실력 부족
27세 나이와 같은 승수 새목표로 잡아
골프에 있어서 만큼은 완벽함 추구해
“지는 게 너무 싫고 계속 우승하고파”

올림픽 금·은·동메달, 명예의 전당 헌액, 세계랭킹 1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23승, LPGA 투어 통산 상금랭킹 2위…. 남들은 하나도 하기 어려운 일을 27세에 모두 이뤄냈다. 10대 골프 천재에서 여제로 거듭난 리디아 고의 이야기다. 2014년부터 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그는 10년 넘게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프로 골퍼 리디아 고로서 보내는 12번째 시즌인 2025시즌 출발도 좋다. 리디아 고는 지난 2일 싱가포르에서 막을 내린 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통산 23승째를 올렸다.

1997년 서울에서 태어난 리디아 고는 6세 때 뉴질랜드로 건너가 골프에 매진했다. 리디아 고가 프로 잡는 아마추어라는 수식어를 얻은 대회는 2012년 호주여자프로골프투어 NSW 오픈이다. 당시 14세의 나이로 정상에 오른 그는 전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만 16세가 된 2014년 LPGA 투어에 데뷔한 리디아 고는 계속해서 맹활약을 펼쳤다. 첫해부터 3승을 차지한 그는 12년간 꾸준히 승수를 추가하며 통산 23승을 달성했다. 현역 선수 최다 우승 기록 보유자가 된 그는 여자골프계의 살아있는 전설 중 한 명이 됐다.
그러나 리디아 고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자신을 낮췄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골프 천재와 여제 등으로 불리는 게 부끄럽다. 특별한 수식어를 얻을 만한 실력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대회를 치르다보면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이 정말 많다.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최고의 프로 골퍼가 되는 날까지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달성했지만 리디아 고는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과 LPGA 투어 통산 27승 등 앞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들이 많이 남아있다”며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게 어렵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다. 계속해서 도전하고 부딪쳐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LPGA 투어 통산 27승을 새로운 목표로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잠시 고민하던 그는 “내 나이와 동일한 통산 우승 횟수를 만들고 싶어 설정한 목표”라고 웃으며 답했다. 리디아 고는 “골프에서는 에이지슈트(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적은 타수를 기록) 등처럼 나이와 관련된 기록이 많은데 올해는 내 나이와 같은 통산 승수를 쌓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며 ”올해 27승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4승이 남았는데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겨울 열심히 준비한 만큼 차분하게 한 대회, 한 대회를 치러보겠다”고 다짐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아니다. 리디아 고는 올해를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한해로 만들기 위해 한 달 넘게 페이드 구질 연마, 50m 이내 웨지샷 정확도 높이기 등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리디아 고는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또 계속해서 발전하지 않으면 경쟁이 치열한 LPGA 투어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며 “지난해 우승을 많이 했다고 해서 연습을 하지 않으면 올해는 부진할 수밖에 없다. 준비 과정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프로 골퍼 시절에는 골프에 몰두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마추어 시절 천재라고 불렸던 수많은 선수들이 LPGA 투어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가운데 10년 넘게 최고의 자리를 지킨 비결로는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꼽았다. 리디아 고는 “12년간 23승을 했다고 해서 힘들었던 적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23년에는 골프가 너무 안 돼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하기도 했다”며 “내가 잘 했다고 생각하는 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도망가지 않고 맞서 싸운 것이다. 우승을 10번 넘게 해본 선수들 중에서 나처럼 기복이 있는 선수도 없는데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롱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성공 비결로는 완벽주의라고 설명했다. 리디아 고는 “골프와 관련된 일들을 할 때는 내 눈빛이 달라진다. 지는 게 너무 싫어 나를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완벽주의자가 됐다. 계속해서 우승하고 싶어서 그런지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쓰게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2022년 12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막내아들 정준 씨와 결혼한 뒤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더욱 느끼게 된 리디아 고는 점차 대회 출전 수를 줄여나갈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다.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이 더욱 특별했던 것도 가족들 앞에서 우승했기 때문”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다시 한 번 가족들과 우승 파티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보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은퇴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밝힌 리디아 고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앞서 3개의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던 리디아 고가 앞으로 US여자오픈 또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 기록 보유자가 된다.
리디아 고는 “정리를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집에 우승 트로피와 메달을 모아놓는 장소가 따로 있다. 그동안의 여정을 기념하고 되새길 수 있는 특별한 이 공간에 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진열하고 싶다. US여자오픈과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컵까지 수집하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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