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한화 복 받았다" 61년 낙후된 구장→ML 뺨치는 최신식 시설, 이런 세심함까지…야구만 잘하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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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선수들은 지난 4일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뒤 연고지 대전으로 이동했다. 지난 1월말 캠프를 떠날 때는 1964년부터 61년을 사용한 한화생명이글스파크가 배웅했지만 돌아올 때 선수단을 맞이한 것은 새로운 보금자리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였다. 캠프를 마친 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동한 선수들도 최신식 구장에 입이 떡 벌어졌다. 이곳저곳 살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총 사업비 2074억원(국비 150억원, 시비 1438억원, 한화 486억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4층 연면적 5만8405.56㎡ 규모로 지어진 한화생명볼파크는 총 2만7석을 수용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3월 착공에 들어간 뒤 3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지난달 28일 준공 승인을 마쳤고, 5일 개장식을 통해 팬들을 처음으로 맞이했다.
국내 최초 좌우 비대칭 오각형(좌측 99m, 좌중간 115m, 중앙 122m, 우중간 112m, 우측 95m) 구조에 우측 8m 높이 몬스터월, 아시아 최초 복층형 불펜, 세계 최초 야구장 인피니티풀 등 개성 넘치는 구장으로 야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한화생명볼파크는 구장 주변도 공연 시설과 외야 공원으로 꾸며 시민들이 365일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대전시와 신구장 건립 실무를 진행한 이창용 한화 경영지원팀 과장은 “설계 단계부터 야구 경기가 없는 날에도 시민들의 여가선용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지으려고 했다. 건물 배치를 보면 도로가 쪽이 3루에 있는데 외부로 노출되는 상업 시설들은 365일 운영되는 매장들로 채웠다”고 밝혔다.
‘핫플레이스’로 관심을 모으는 4층 3루쪽 끝에 위치한 가로 15m, 세로 5m, 수심 1.5m 인피니티풀도 사계절 운영된다. 이창용 과장은 “거제의 한화리조트 벨버디어 인피니티풀을 모티브로 했다. 온수가 나오는 기능이 있어 여름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따뜻하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이 된다. 풀장 외에도 캠핑장, 파티장 등 여러 가지 컨텐츠를 해당 구역 사업체와 논의해 만들 것이다”고 설명했다. 대전에서 경기가 없는 날에도 이곳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한화의 원정경기를 틀어놓고 함께 보는 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오는 28일 홈 개막전에 맞춰 내부 시설 공사를 마치고 팬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야구 내적으로도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묘미를 한화생명볼파크에선 느낄 수 있다. 우측에 높이 8m 몬스터월을 맞고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나머지 펜스는 규정상 최저 높이 2.4m로 낮추고, 철망도 없애 외야수가 홈런성 타구도 점프 캐치할 수 있게 했다. 이 과장은 “다른 구장에서 발생되지 않을 상황들이 우리 구장만의 특징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우리 홈구장이라 경기도, 연습도 많이 하기 때문에 (적응 면에서 원정팀보다) 유리할 거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최초 비대칭 구조로 설계할 때부터 선수단과 협의하고, 데이터분석팀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선수 구성이 가진 특징을 조사해 적정 높이와 거리를 계산했다. 이 과장은 “꼭 현재 선수 구성에 맞춰서 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25년간 이 구장을 쓰기 때문에 선수 구성이나 트렌드는 앞으로 계속 변화해나갈 것이다. 당장 유불리보다 장기적으로 보고 했다. 선수들 플레이를 위한 것도 중요하지만 관람객들에게 어떤 재미난 요소를 줄 수 있느냐를 가장 먼저 생각했다”고 밝혔다.
야구장 외부는 팬 퍼스트에 초점을 맞췄지만 선수들이 쓰는 내부 공간은 메이저리그 뺨치는 수준으로 꾸몄다. 기존 구장보다 3배 넓어진 클럽하우스를 비롯해 실내연습장, 웨이트장, 샤워실 냉온탕과 사우나, 수면실, 식당 등 내부 공간의 동선을 하나로 연결해 이동의 편리함을 더했다. 선수들이 경기 전후로 피로 회복을 하고, 컨디션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라커룸 의자부터 쇼파 형태까지 선수단 의견을 반영했다. 신발 건조기도 37개의 라커룸 개별로 설치됐다.


한화 주장 채은성은 “선수 생활하면서 새로운 야구장에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복 받은 것이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전에 쓰던 구장은 너무 노후돼 실내연습장이나 웨이트장 같은 시설이 홈팀이어도 어려움이 많았다. 워낙 오래돼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며 “경기 전에 선수들이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과 실내연습장, 전반적인 동선에 대해서 구단에 요청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새로운 시설이고, 선수들도 다들 신기해하며 좋아했다”고 말했다.
좋은 야구장을 선물받은 만큼 성적을 내야 하는 부담도 커졌다. 최근 6년 연속 포함 17년간 가을야구 한 번에 그친 한화는 새 구장에서 암흑기를 청산해야 한다. 채은성은 “어떤 상황이든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건 똑같다. 야구장 시설이 좋아진 만큼 부담보다는 더 잘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팀 분위기도 좋고, 선수들도 워낙 열심히 하고 있어 기대가 된다”고 자신했다.
한화를 향한 높은 기대는 이날 개장식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평일 저녁에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일찌감치 구장 입구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길게 줄지어 섰다. 오후 4시 입장이 시작되자마자 뛰어들어오며 구장 곳곳을 살폈다. 1만여 명의 팬들이 입장한 가운데 이날 개장식에 참석한 허구연 KBO 총재도 축사를 통해 “대전은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하다. 새로운 희망이 시작되는 역사적인 순간이 오늘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고, 팬들이 더욱 편안하게 즐거운 관람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저와 모든 야구인이 함께 노력하겠다”며 “한화 이글스가 금년도 좋은 성적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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