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변호사가 본 '미즈하라 스캔들' 판결 "한국이었다면…" [양중진 칼럼] > 스포츠이슈

[스포티비뉴스=스포츠팀] 오타니 쇼헤이의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에게 4년 9개월의 징역형과 1,700만 달러(한화 약 246억원)의 배상명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오타이를 사칭해 1700만 달러를 빼돌려 1만 9000건에 이르는 불법도박을 했다는 것인데요. 246억원이라는 금액에 비해선 형량이 조금 적은 느낌도 듭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이 두 가지 범죄를 저질렀다면 어느 정도의 형량이 선고되었을까요.

▶ 246억원을 횡령하면!

형법은 제355조에서 횡령죄에 대해, 제356조에서 업무상횡령죄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요. 아래와 같습니다.

- 제355조(횡령, 배임) ①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횡령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그 재물을 쓰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인데요. 우리 형법은 기본적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법으로 정해진 형의 하한(下限)은 전혀 없습니다.

횡령죄를 가중하여 처벌하는 것이 업무상횡령죄인데요. 1회성 횡령이 아닌 계속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횡령행위를 가중하여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이 경우에는 형이 조금 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상한선이 늘어나더라도 하한선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좀 이상하죠? 그래서!!!

▶ 횡령액이 5억원 이상이면!

우리 법은 횡령액이 5억원 이상이면 가중하여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요. 바로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 제3조(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355조(횡령ㆍ배임) 또는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의 죄를 범한 사람은 그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억원 이상일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2.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② 제1항의 경우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倂科)할 수 있다.

위 법률의 특징을 형법과는 달리 '하한'을 두고 있다는 것인데요. 미즈하라와 같은 경우에는 횡령액이 249억원이므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되게 됩니다.



▶ 불법도박에 대하여는!

우리 법은 도박에 대하여 여러 법에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데요. 그래도 가장 기본적인 처벌규정은 형법에 있습니다.

- 제246조(도박, 상습도박) ①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② 상습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미즈하라의 경우에는 도박의 횟수가 1만 9000건에 이르므로 상습도박죄에 해당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사의 벌금'으로 처벌되게 되는데요. 이것은 기본적인 형태에 불과하고요. 실제로는 국민체육진흥법, 한국마사회법 등 개별법에서 정해진 더 무거운 처벌 규정에 의해 처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양형기준에 의하면!

대법원에서 설정한 양형기준표에 의하면, 횡령액이 50억원 이상 ~ 300억원 미만인 경우 기본적으로 4년 ~ 7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정해 놓고 있습니다. 여기에 합의되어 손해가 보전된 경우 등에는 2년 6월 ~ 5년으로 감경하도록 되어 있고요. 죄질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5년 ~ 8년으로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불법 스포츠 도박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8월 ~ 2년, 감경 요소가 있으면 4월 ~ 1년, 가중적인 요소가 강하면 1년 6월 ~ 4년의 형을 선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 두 죄를 합하면!

두 죄를 단순 합산하면 기본 선고 영역이 4년 8월 ~ 9년이 되는데요. 그렇다면 미즈하라의 범행도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형이 선고될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선 미즈하라는 계좌의 이름을 변경하기 위해 오타니를 사칭하기도 했고, 오타니의 개인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변경하기도 했다는 것인데요. 이런 범죄들은 부수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양형이 반영될 요소들임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제가 보기엔 우리나라에서라면 4년 9개월의 징역형보다 좀 더 높은 형이 선고되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라진 돈이 되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미즈하라에게 1700만 달러의 배상명령이 내려졌다고 하더라도 미즈하라가 그런 거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인데요. 사람을 믿는 것도 중요하지만, 믿은 사람이 한 눈 팔지 않게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야 돈도 잃지 않고, 사람도 잃지 않습니다.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양중진 변호사, 스포티비뉴스 객원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