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대변 택배까지 받았다" 베츠 공 뺏은 양키스 팬의 후회 "TV에 나오면 채널 돌려, 잊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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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뉴욕 양키스 팬 오스틴 카포비앙코는 2024년 월드시리즈에서 최악의 팬으로 유명세를 탔다. 무키 베츠(LA 다저스)의 수비를 방해한 바로 그 사람이다. 카포비앙코는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그 순간을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라고 얘기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영구 출입 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만 곧 해제되기를' 기대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기를 바랐다.
카포비앙코와 존 P 핸슨은 지난해 10월 30일(한국시간)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퇴장당했다. 베츠의 수비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우익수 옆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카포비앙코는 파울플라이를 낚아챈 베츠의 글러브를 잡고 억지로 공을 빼냈다. 핸슨은 베츠의 손목을 잡았다.
베츠는 수비 방해를 주장했고,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다. 카포비앙코와 핸슨은 곧바로 퇴장당했다. 5차전 티켓이 취소되면서 다음 경기도 직관하지 못하게 됐다. 양키스 구단은 다음 날 성명서에서 "두 명의 팬이 베츠를 향한 용납할 수 없는 신체 접촉으로 퇴장당했다. 선수와 팬, 구장 직원의 안전과 보안은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모든 행사의 기본요소이며 이를 훼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키스 애런 분 감독 또한 5차전을 앞두고 "그들은 여기 있어서는 안 된다. 어젯밤 일어난 일은 옳지 않았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달 11일 이들에게 메이저리그 구장과 관련 시설, 행사에 영구 출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귀하의 행동에 근거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모든 경기장, 사무실 및 기타 시설에 대한 귀하의 출입을 무기한 금지한다. 메이저리그가 후원하거나, 메이저리그와 관련한 모든 행사에 참가하는 것 또한 무기한 금지된다. 메이저리그 시설이나 행사장에서 발견될 경우 무단 침입으로 체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고 공지했다.

디애슬레틱은 6일 카포비앙코와 인터뷰를 공개했다. 그동안 카포비앙코에게는 수백 통의 문자 메시지, 음성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택배로 협박받기도 했다. 어느날 '묵직한 상자' 하나를 받았는데, 내용물은 바로 대변이었다. 카포비앙코는 가족과 함께 사업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그의 신상을 알아낸 것이다. 택배는 그가 아닌 부모의 집으로 전달됐다. 카포비앙코는 "나 때문에 우리 가족들이 겪고 있는 일이다. 끊임없이 전화가 걸려오고, 성기 사진을 보내고, 택배를 받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베츠의 공을 빼앗은 그 순간을 떠올리며 "절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었다"고 후회했다.
카포비앙코는 동생 대런, 친구인 핸슨, 그리고 또다른 친구와 함께 월드시리즈 4차전에 방문했다. 자리는 그의 형이 소유한 시즌권석이었다. 이들은 양키스가 1회초부터 프레디 프리먼에게 홈런을 내주고 선취점을 허용하자 '사고를 치기로' 모의했다.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싹쓸이 패배를 막기 위해 뭐라도 해보기로 했다. 카포비앙코는 평소 앉던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 앉아 때를 기다렸고, 마침 글레이버 토레스의 타구가 바로 앞으로 날아들었다. 이 공을 베츠가 잡자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의 글러브를 열어제꼈다.
경비원들은 상황이 정리된 뒤 1분 만에 그에게 퇴장을 요청했다. 이들은 카포비앙코에게 '5차전에는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사무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들이 가진 5차전 티켓은 소아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기부됐다. 카포비앙코 일행은 퇴장당한 뒤 나머지 4차전, 그리고 다저스에게 우승을 내준 5차전을 바에서 지켜봤다. 수많은 양키스 팬들이 그들과 사진을 찍었다.
카포비앙코는 사건이 벌어진 뒤 자신이 나온 영상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TV에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 그러면서 "그 기억을 잊고 싶다"고 했다. 영구 출입 금지는 받아들이지만 가능하면 곧 해제될 수 있기를 바란다. 시즌권을 기부하거나 봉사활동을 할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그가 지금 바라는 것은 사라지는 일이다. 카포비앙코는 "나는 양키스 랜드에서는 영웅이다. 미국에서는 악당이다. (누가 뭐래도)상관 없다. 그저 잊히고 싶다. 사람들이 나를 잊기를 바란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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