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죄송한 마음 아직도 갖고 있다" 한화 5강 실패, 22세 투수가 이런 책임감을…건강하게 돌아온 문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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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멜버른(호주), 이상학 기자] “제가 빠지면서 팀 분위기도 안 좋아진 것 같아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 7월말부터 한여름에 무서운 기세를 타며 5강 추격전을 벌였다. 그 중심에 투수 문동주(22)가 있었다. 전반기에는 견갑골 통증 여파 속에 기복 심한 투구로 두 번이나 2군에 다녀왔지만 후반기에는 8경기(45이닝) 4승1패 평균자책점 2.60 탈삼진 50개로 반등하며 한화의 대반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9월3일 대전 두산전을 마친 뒤 오른쪽 어깨에 불편함을 느꼈고, 결국 시즌 마지막 등판이 됐다. 검사 결과 큰 이상 소견은 없었지만 미세 통증을 느껴 다음 등판이 불발됐고, 결국 엔트리에서 빠져 시즌을 한 달 먼저 마무리해야 했다. 한창 불타오르던 한화의 기세도 문동주의 이탈과 함께 사그라들었다. 대체 선발들이 투입됐지만 감 잡은 문동주의 공백을 메우긴 어려웠다. 결국 한화는 8위로 또 가을야구가 좌절됐다.
문동주 때문이라고 할 순 없다. 한화 투수진의 뎁스가 두껍지 못했고, 사이클상 팀이 떨어질 만한 시기였다. 하지만 문동주의 이탈 전후로 극명하게 팀 성적이 갈리다 보니 아쉬움이 컸던 게 사실이다.
문동주도 무거운 책임감 안고 재활에 들어갔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어깨 쪽이라 조심스러웠고, 충분한 회복 시간을 가졌다. 비활동기간에는 논산에서 3주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자비를 들여 한화 수술 투수들의 재활 캠프가 진행된 태국 파타야로 넘어갔다.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기간을 빼면 겨울에 한국에 머문 시간이 일주일도 되지 않을 만큼 바쁘게 보냈다.
지난달 19일 훈련소에서 퇴소한 뒤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군인처럼 짧은 머리로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 온 문동주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소대장 훈련병으로 상도 받고 나왔다”고 자랑한 뒤 “곧바로 태국 캠프에 가서 몸을 잘 만들고 왔다. 기초군사훈련을 받느라 겨울에 몸 만들 시간이 부족했는데 태국 날씨가 너무 좋았고, 선배님들과 코치님의 도움을 받아 어깨 상태도 거의 완벽해졌다”고 말했다.
태국의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몸 상태를 끌어올린 문동주는 스프링캠프에서 마침내 공을 던졌다.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볼파크에서 불펜 피칭으로 15개의 공을 던졌다. 많은 개수의 공은 아니지만 지난해 9월3일 이후 5개월 만에 정식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는 것이 의미 있다. 건강한 복귀를 위한 첫걸음이었다.


오퍼 페이스는 금물이지만 지난해 팀의 5강 실패에 대한 큰 책임을 느끼는 문동주는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크다. 아직 22세로 어리지만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성숙해졌다. 그는 “작년에 5강에 못 간 아쉬움이 크기 때문에 올해 잘해야 한다. 작년에 제가 빠지면서 우리 팀 분위기도 안 좋아진 것 같아 거기에 대한 죄송함을 여전히 갖고 있다. 그 죄송한 마음을 올해 야구장에 보여드리고 싶다. 저도, 팀도 올해 좋은 시즌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투수 중 역대 최초로 ‘공식’ 시속 160km 강속구를 뿌린 문동주가 가진 재능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건강하면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다. 비시즌에 류현진(한화), 김광현(SSG) 같은 대투수들이 몇몇 방송에서 문동주를 다음 세대를 대표할 투수 트리오 중 한 명으로 문동주를 꼽기도 했다. 문동주는 “아직 거기에 낄 성적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좋게 봐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 기대에 못 미치면 안 된다. 저를 꼽아주신 만큼 앞으로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다른 팀인데 저를 꼽아주신 김광현 선배님께 인사를 더 잘해야겠다”며 웃었다.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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