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저는 왜 쟤만큼 안줘요?" 후유증 5년 갔다, 예비 FA 연봉 폭등 위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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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구단은 다음 시즌 재계약 대상 선수단 연봉 협상을 앞두고 있었다. 관건은 B 선수의 연봉. 당시 팀의 간판 선수이자 스타 플레이어 중 한명이었던 B 선수는 부상으로 그 시즌을 제대로 뛰지 못했다.
문제는 B 선수가 FA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던 시점이라는 사실. A 구단은 FA를 의식해 삭감폭을 최대한으로 줄였고, 이듬해 B 선수가 정상적으로 시즌을 소화하자 연봉을 대폭 인상했다. 예상 수치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FA 이적을 대비한 안전 장치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전략적 연봉 인상이었는데, 생각보다 후유증이 컸다. A 구단 관계자는 "B 선수의 FA 전 연봉 협상 결과 후유증이 5년 정도는 갔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말하는 후유증이란 타 선수들과의 협상시에 발생한 잡음을 뜻한다. 프로 선수의 가치는 연봉, 몸값으로 표현된다. 특히 연봉 협상시에는 지난해 성적 수치와 활약상, 그 외 팀 기여도 등을 감안해 측정되는데 당연히 선수들끼리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특정 선수들이 예비 FA라는 이유로 삭감 대상자인데도 삭감폭이 다른 선수들보다 유독 적거나, 인상 대상자이긴 하지만 다른 선수들보다 유독 큰 폭으로 연봉이 높아질 경우 의식 될 수밖에 없다. "저 선수는 저만큼 받는데, 왜 저는 이정도밖에 인상이 안되냐"는 불만이 터지는 이유다.
A 구단의 경우, B 선수의 연봉을 대폭 인상한 이후로도 꽤 오래 후유증을 겪은 케이스다. B 선수처럼 FA를 1~2년 앞둔 다른 선수들이 "연봉을 인상해달라"는 민원을 계속 제기하면서 곤혹을 치렀다.
구단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말 그대로 '전략'이다. 정말 값어치가 높은, 팀내에서 반드시 잡아야 하는 선수이거나 일찍부터 경쟁이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는 전략적으로 보상금을 높이는 방법이다. FA 등급제가 시행됐지만, 선택에 따라 보상금을 해당 선수의 전년도 연봉 100%, 150%, 200% 최대 300%까지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후유증에 대한 생각을 안할 수는 없다. A 구단이 안전 장치를 마련해놨지만, 결과적으로 B 선수는 팀을 이적했다. 그 이후로는 예비 FA 프리미엄을 크게 두지 않고 있다. 팀내 다른 선수들의 불만이 결국 팀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기도 했다.
사실 최근 KBO리그 구단들의 '연봉 협상'은 진짜 협상이 아니다. FA는 협상이 될 수 있지만, 연봉 협상은 그렇지 않다. 이미 각 구단별로 데이터별 가중치를 설정한 '연봉 프로그램'이 짜여져있다. 이미 각 선수별로 지난해 기여도에 따른 적정 연봉 액수가 프로그램을 통해 계산되어 나온다.
이 역시 매우 세부적이다. 단순히 평균자책점이나 타율 같은 데이터 뿐만 아니라, 타구당, 투구당 값어치를 세세하게 매겨진 결과다. 예전처럼 연봉 협상 담당자가 조금씩 더 퍼주거나, 감정이 안좋아서 삭감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구단들이 "만약 연봉을 수긍하기 어려우면,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추가 요인을 제시하라"고 이야기 하는데, 설득이 어렵다. 그만큼 프로그램이 세세하게 잘 짜여져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몇몇 예비 FA 선수들의 연봉에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대표적 사례가 KT 위즈 강백호, KIA 타이거즈 조상우, 최원준이다. FA를 앞둔 강백호는 연봉이 2억9000만원에서 7억원으로 무려 4억1000만원이 인상됐고, 역시 FA를 앞둔 최원준도 2억2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대폭 인상됐다.
비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 히어로즈에서 KIA로 이적한 조상우도 지난해 성적과 출전 경기, 이닝수만 놓고 보면 인상보다 삭감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보이지만, 3억4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오히려 상승했다. 이 역시 예비 FA인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보상 금액 뿐만 아니라 FA 등급을 최대한 올려, 보상 선수 선택의 폭 역시 넓어지게 하려는 구단들의 전략적 선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있다. 벌써부터 올해 FA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구단들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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