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김하성 진짜 좋은 선수, 위험 감수해야지" 美 대표 소식통 극찬, 옵트아웃 아니면 이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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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어깨 부상 탓에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의 대박을 1년 미룬 김하성(30)은 탬파베이와 2년 총액 29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벗어났다.
당초 최악의 시나리오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어깨 부상을 당한 김하성의 영입을 주저하고, 김하성이 스프링트레이닝 전까지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하는 것이었다. 스프링트레이닝이 시작되면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일단 캠프에 합류한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살피게 되어 있고, 자칫 잘못하면 김하성의 구직은 시즌 개막까지 이어질 수도 있었다. 김하성이 아직 야외에서 100% 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차피 언젠가는 새 구단을 찾겠지만, 심리적으로 찜찜한 상황이 될 수 있었다.
다행히 늦지 않게 소속팀을 찾았다. 2년 정도 유격수 자리를 맡아줄 선수가 필요했던 탬파베이, 그리고 이른바 'FA 재수'를 선택하고 안정적인 플레잉타임이 필요했던 김하성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졌다. 현지 언론에서 FA 시장에 좀처럼 돈을 쓰지 않는 탬파베이가 김하성을 영입한 것에 대해 굉장히 놀라워하면서도, 이번 계약이 서로에게 윈윈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이유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칼럼니스트이자 메이저리그 대표 소식통인 켄 로젠탈은 2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전문 채널인 '파울 테라토리'에 출연해 김하성과 탬파베이의 계약을 평가했다. 로젠탈은 김하성의 최종 행선지가 탬파베이로 결정된 것에 다소 놀랐다면서도, 탬파베이가 옵트아웃의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좋은 영입을 했다고 총평했다.
로젠탈은 "(팀 내 유망주인) 주니오르 카미네로가 3루에서 뛸 예정인데, 김하성의 결정은 많은 이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탬파베이 레이스가 부상을 당한 선수를, 그것도 1년 후 그를 잃을 수도 있는데도 왜 그렇게 좋은 연봉으로 영입을 했을까?"라면서 "우리 모두가 김하성이 진짜 좋은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다. 탬파베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김하성이 뛰어난 가치를 가진 선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로젠탈은 "분명히 그는 어깨 수술을 받고 5월까지는 준비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리스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때때로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법이다"고 탬파베이의 결정 배경을 추측했다. 탬파베이는 세이버매트릭스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던 팀이고, 김하성은 그 세이버매트릭스가 좋아하는 선수다. 그런 측면에서 탬파베이는 과감하게 베팅을 했다고 보면 된다.
로젠탈은 "그들은 분명히 공격력을 최대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조지 M.스타인브레너 필드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업그레이드가 되기는 할 것이다"고 점쳤다. 트로피카나 필드는 지난해 허리케인 피해로 돔구장 지붕이 파손되면서 2025년은 사용할 수 없다. 대신 탬파베이는 양키스의 스프링트레이닝이 열리는 조지 M.스타인브레너 필드를 2025년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근거지인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가장 가까운 대체 구장이기도 한데, 트로피카나 필드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타자 친화적이다.
그럼에도 로젠탈은 "그것이 탬파베이의 투구에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탬파(스타인베르너 필드 위치)에서는 세인트피터스버그보다 더 공격적인 환경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김하성의 영입)가 그들에게 꽤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김하성의 영입 효과가 단순히 수비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로젠탈은 "궁극적으로 김하성이 선택하지 않는다면 1년 계약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 김하성이 옵트아웃을 무조건 신청할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로젠탈은 "그가 (옵트아웃을) 선택한다면 그가 좋은 한 해를 보냈다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점쳤다.


전직 메이저리거로 두 차례 올스타 선정 경험이 있는 해럴드 레이놀즈 또한 1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네트워크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계약이 김하성에게는 유리하다고 단언했다. 레이놀즈는 "나에게는 많은 돈으로 느껴진다. 나도 그가 정말 뛰어난 유틸리티 플레이어라고 생각한다. 그는 세이버매트릭스적으로 훌륭한 성적을 거뒀고, 그가 그 돈을 받은 이유다"고 이번 계약을 평가했다.
이어 레이놀즈는 "그는 (어깨 부상 때문에) 5월에나 준비가 될 수 있고, 내가 보기에 이는 반 시즌 출장이다. 5월에 돌아온다는 것은 7월에 정점의 기량을 보여주기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라면서 "이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번 계약은) 1년 반에 2900만 달러짜리 계약이다. 그는 옵트아웃을 할 것이고, 내년의 1600만 달러보다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실상 단년 계약, 탬파베이가 트레이드에 나선다면 반 시즌 계약이 될 수도 있는 이 계약을 왜 탬파베이와 김하성이 모두 합의한 것일까. 양쪽 모두 속셈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에서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로, 양쪽 모두 그런 서로의 생각을 알고 이번 계약에 합의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김하성은 2025년 13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325타석 이상에 들어서면 200만 달러의 추가 인센티브도 수령한다. 5월에만 정상적으로 복귀해도 325타석 이상은 충분히 들어설 수 있다. 김하성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넘볼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올해 연봉이 1500만 달러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리고 2025년 시즌이 끝나면 옵트아웃(잔여 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획득)을 할 수 있는 조항을 넣었다. 다시 FA 시장에 나갈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2025년 시즌 초반 복귀해 안정적인 경기력과 건재한 어깨를 보여준다면 성적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이상 옵트아웃을 할 것이 확실시된다. 1년 1600만 달러의 잔여 계약보다는 설사 연 평균 금액이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3~4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2025년 성적이 좋다면 현재 시세를 볼 때 연 평균 1600만 달러 이상도 가능하다. 최악의 경우에는 2026년 1600만 달러를 더 받고 1년을 머물러도 된다. 1600만 달러가 결코 적은 금액도 아니고, 어차피 2026년 시즌이 끝나면 또 FA다. 그때도 그렇게 많지는 않은 나이다.
탬파베이는 리그 최고 유격수로 성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팀 내 최고 유망주 완더 프랑코가 고국에서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기소되는 충격을 겪었다. 그런 프랑코가 빠진 유격수 자리는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당장 내부에서 이를 해결할 자원도 없었다. 타일러 월스는 좋은 수비수이기는 하지만, 2할도 안 되는 타율로는 풀타임 주전이 되기 어려웠다. 가뜩이나 지난해 공격이 안 좋았던 탬파베이로서는 공격도 어느 정도가 되는 유격수가 필요했다.
팀 내 최고 유망주이자, 메이저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유격수 유망주인 카슨 윌리엄스는 2024년 더블A에서 뛰었다. 올해 트리플A로 올라와 시즌 막판에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가능성도 있지만, 당장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탬파베이는 윌리엄스가 메이저리그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 유격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윌리엄스가 메이저리그에 자리를 잡는 속도를 보고 김하성을 트레이드할 수도 있다.
2025년 시즌 중반까지 윌리엄스가 확신을 준다면 여름 이적시장에서 트레이드하며 잔여 연봉 지급 의무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있고, 설사 김하성이 옵트아웃을 하지 않는다 해도 2026년 윌리엄스가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2026년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해도 된다. 탬파베이에게 2년 2900만 달러는 굉장히 큰 돈이지만, 2026년 1600만 달러는 애당초 지불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는 계산 속에 진행한 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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