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MLB 레전드에서 그림자로 변신… 추신수 또 깜짝 특식에 운동화까지, 아낌없이 주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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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을 마무리하고 프런트로 변신한 추신수 SSG 구단주 특별보좌역 겸 육성총괄은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캠프의 성공적인 완주를 돕고 있다 ⓒSSG랜더스

▲ 지난해 주장으로 선수단에 특식을 제공했던 추신수 보좌역은 올해도 사비를 털어 선수들에게 멕시칸 요리 특식을 제공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아마 추신수 선배 월급보다 밥값이 더 나갔을 걸요"
2024년 2월 플로리다 캠프 당시 SSG의 주장이었던 추신수 현 SSG 구단주 특별보좌 겸 육성 총괄은 사비를 털어 후배들에게 특식을 제공했다. 미국의 유명한 멕시칸 요리 프랜차이즈인 '치폴레'에 케이터링 서비스를 주문해 선수들에게 한 끼를 거하게 대접했다. 당시 현역 마지막 시즌을 예고하고 준비하고 있었던 추신수 보좌역은 상징적으로 리그 최소 연봉(3000만 원)만 받기로 한 상태였다. "월급보다 한 끼 밥값이 더 나갔을 것"이라고 웃은 후배들은 주장의 마음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1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선수단의 일원이 아닌 프런트의 일원으로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를 찾은 추신수 보좌역은 후배들의 즐거운 식사 기억을 잊지 않고 있었다. 올해도 사비를 털어 점심 특식을 준비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멕시코 요리를 점심 특식으로 준비했다. 지난해 경험이 있는 선수들도 있지만, 플로리다 캠프에 처음 오는 선수들도 제법 많기에 이번에도 깜짝 놀란 분위기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추신수 보좌역은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 프런트, 그리고 선수들의 훈련 편의를 봐주는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의 현지 스태프까지 넉넉하게 식사할 수 있는 140인분을 주문했다. 한 끼에만 약 300만 원의 식비가 들었지만 아끼지 않았다. 선수들은 한국에서는 잘 접하기 힘든 이색적인 음식을 맛있게 먹고 이후 더 힘을 내 열띤 오후 훈련에 들어갔다.
고명준은 "작년에 처음 먹어봤는데 이번에 다시 또 먹으니 역시 맛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운동 중간에 먹다 보니 저녁보다 점심에 간단히 식사가 나오는 편인데, 점심에 이렇게 특별하게 챙겨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나도 나중에 고참 선수가 되면 본받아서 후배들을 위해 베풀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특식을 처음 맛보는 신인 이율예는 "사실 계속 먹으면서도 추신수 선배님께서 준비해주신지는 몰랐었다. 듣고 너무 깜짝 놀랬었고,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여러 번 먹었던 것 같다. 덕분에 힘을 내서 운동에 임할 수 있는 것 같고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현지 스태프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자신들을 위한 식사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실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의 직원들에게도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뛴 추신수 보좌역은 굉장한 유명 인사다. 이 시설을 찾는 어린 아이들이나 부모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범접하기 어려울 것 같은 존재가 자신들까지 챙기니 놀랍고 또 더 고마울 수밖에 없다. 현지 스태프 중 하나인 빈센트는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좋아하는 식당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정도는 꼭 가서 먹는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엄청 유명하고 존중 받는 추신수 선수가 이렇게 우리를 위해 식사를 준비해줬다는 게 존중 받는 기분이었고, 남는 기간 SSG의 원활한 훈련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고마워했다.
추신수 보좌역의 마음 씀씀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프런트들도 살뜰하게 챙겼다. 사실 캠프는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선수들은 훈련이 끝나면 숙소로 들어가 쉬면 그만이지만, 프런트는 그렇지 않다. 훈련 장비를 정리하는 등 하루 일과가 계속 이어지고, 다음 날에는 선수들보다 더 일찍 나와 훈련을 준비해야 한다. 하루가 훨씬 더 길지만, 음지에서 조명을 잘 받지 못한다.
현역 시절부터 이런 것들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추신수 보좌역은 프런트들에게도 큰 선물을 했다. 프런트 및 훈련 보조 요원 총 16명에게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 운동화를 일일이 선물했다. 추신수 보좌역은 프런트 및 훈련 보조 요원들이 하루에 1만5000보, 많게는 2만보 이상을 움직인다는 것을 생각해 조금이라도 발이 편할 방법을 생각한 끝에 고급 운동화 선물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사이즈까지 일일이 확인해 선물을 하는 세심함까지 보여줬다. 총 비용만 400만 원을 썼다는 후문이다. 프런트와 훈련 보조 요원들은 선물을 받은 운동화를 신고 캠프지를 누비고 있다. 각자 어떤 선물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운동화의 기능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는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 추신수 보좌역은 음지에서 고생하는 프런트 및 훈련 보조 요원들의 발 사이즈를 일일이 체크해 고급 운동화를 선물했다 ⓒSSG랜더스

▲ 선수단 훈련을 묵묵히 돕고 있는 추신수 보좌역은 젊은 선수들의 기량과 잠재력을 확인하고 이를 구단의 육성 전략 수립으로 이어 갈 전망이다ⓒSSG랜더스
추신수 보좌역은 "작년에 다들 너무 맛있게 먹어줬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준비하게 되었다. 이곳 먼 플로리다까지 와서 함께 고생하는 선수단, 스태프들이 맛있는 음식 먹고 힘내서 시즌 준비 잘했으면 좋겠는 마음이다"면서 "선수단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른 시간부터 늦은 시간까지 훈련을 준비해주는 프런트, 훈련보조 직원들에게 항상 너무 고맙다. 그리고 이제 선수단이 아닌 프런트 입장으로서 마음이 더 쓰이기도 하는 것 같다. 아직 캠프 초반이지만 다 같이 힘을 내서 캠프를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영광스러웠던 현역에서 물러나 이제는 프런트에서 업무를 시작한 추신수 보좌역은 플로리다 캠프 시작부터 합류해 선수단의 훈련을 돕고 있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앞으로 나서지 않고 구석에서 조용히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불편한 점이 없는지를 챙기는 그림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때로는 보조 요원들을 대신해 배팅볼을 던져주고 장비를 정리하는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보다는 아무래도 스태프의 수가 적기 때문에 자신도 일을 거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책을 생각하면 믿기 어려운 장면들이 베로비치에서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대신 육성총괄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주로 어린 선수들의 훈련을 더 면밀하게 챙기고, 향후 어떤 방식으로 선수들을 육성할 것인지를 머릿속에 그리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추신수 보좌역은 메이저리그에서만 16년을 뛴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메이저리그의 육성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인사이기도 하다. 자신 스스로부터가 루키리그부터 트리플A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단계를 밟아 메이저리그에 올라갔기 때문이다. 당장 모든 육성 시스템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청라 시대 개막을 앞두고 차근차근 바뀌어가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김태우 기자( [email protected] )
https://m.sports.naver.com/kbaseball/article/477/000053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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