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이런 시즌은 없었다…주민규 ‘미친 결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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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슬로 스타터?
올해는 개막 4G 4골 1도움
에이징 커브 우려 씻고
대전 이적 후 초절정 페이스
사실상 홍명보호 원톱도 ‘찜’
국가대표 골잡이 주민규(35)는 마라토너 같았던 선수였다. 빠르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꾸준하고 한결같은 페이스로 골을 사냥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다르다. 녹빛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스프린터처럼 폭발적인 스타트를 끊고 있다.
대전 하나시티즌은 지난 8일 대구FC 원정에서 주민규의 1골 1도움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지난해 강등 위기로 몰렸던 대전은 4경기 만에 승점 9점(3승1패)을 쌓으면서 선두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주민규는 직전 경기까지 무패를 자랑했던 대구의 수비를 무너 뜨렸다. 주민규는 전반 6분 측면 수비수 박규현이 왼쪽 측면에서 연결한 골은 왼발로 방향을 바꾸면서 선제골을 넣더니 3분 뒤 최건주에게 매끄러운 패스를 연결해 결승골까지 도왔다.
대구 역시 대전 박규현의 퇴장으로 잡은 수적 우세를 살려 후반 26분 라마스가 한 골을 따라잡았지만 뒤집기는 실패했다.
주민규는 이날 활약으로 팀 성적 뿐 아니라 개인 성적도 순위표 꼭대기에 랭크됐다. 득점 4골로 1위, 골과 도움을 합친 공격 포인트도 5개로 1위다. 또 그날 경기에서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경기 최우수선수(MOM)에서도 3회를 받아 단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주민규는 30대에 접어들면서 농익은 기량을 뽐내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령으로 첫 태극마크를 다는 기쁨도 누렸다. 올해 활약상에서는 주목받는 것은 초반 페이스다. 원래 그는 꾸준한 득점력이 매력적이었지만 발동이 걸리는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 2013년 고양 자이크로FC(2부)에서 데뷔한 그가 개막 4경기 성적만 따진다면 올해(4골 1도움)가 최고점이다. 주민규가 K리그1 득점왕에 올랐던 2021년(제주 SK)과 2023년(울산 HD)은 각각 0골과 2골 1도움에 불과했다.
축구 현장에선 주민규가 예년보다 빠른 질주를 보이는 비결을 황선홍 대전 감독과 만남에서 찾는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34살의 나이에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황 감독이 베테랑 공격수를 살리는 비결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황 감독은 개막 전 “우리 팀의 가장 큰 변화는 주민규의 입단이다. 이 선수를 어떻게 살리는지가 나에게도 중요한 숙제”라고 강조했는데 결과로 직접 증명했다.
주민규 스스로 동기부여도 강했다. 주민규는 지난해 7월 FC서울을 상대로 8호골을 넣은 뒤 3개월 넘게 득점하지 못하며 슬럼프에 빠진 바 있다. 다행히 울산이 3년 연속 우승을 결정짓는 중요한 득점으로 살아났지만 30대 중반을 넘어서며 ‘에이징 커브’(운동 능력이 저하되어 기량이 하락하는 시기)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주민규가 계약 기간이 남았던 울산을 떠나 대전에 입단하는 변화를 택한 이유다. 주민규는 대전에서 시즌 초반부터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주민규의 초반 활약은 A매치에 대한 기대감도 높인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10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7~8차전(20일 오만·25일 요르단)에 나설 소집 명단을 발표한다. 지난해 9월 오만을 상대로 A매치 2호골을 맛봤던 그가 다시 한 번 득점과 함께 어떤 골 세리머니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황민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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