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키움은 프로야구 '교란종'인가, '선구자'인가 [김대호의 야구생각]
본문
키움 히어로즈는 프로야구 기존 질서 허무는 '교란종' 비판
다른 구단 가지 않은 길 가는 '선구자' 시각도 존재

키움 히어로즈는 프로야구 아니 우리나라 프로스포츠의 ‘별종’으로 꼽힌다. 모기업의 지원 없이 자급자족하는 유일한 프로구단이다. 놀랍게도 키움은 150여 명의 선수단과 프런트 직원을 거느린 프로야구단을 매년 흑자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9개 프로야구단은 키움을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는다. 평가절하하고 외면한다. 심지어 업계 ‘교란종’이라고 매도한다. 키움의 정체는 무엇이고 이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키움은 2008년 해체된 현대 유니콘스를 대체해 서울을 연고로 창단했다. 처음부터 함량 미달에 정체 불명의 기업으로 낙인찍히며 의붓자식 취급을 받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파격적인 네이밍 라이트의 첫 고객이었던 우리담배가 2008년 시즌 중 갑자기 계약 철회를 발표하자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이후 2년 동안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서울 히어로즈로 간판을 내걸었다가 넥센 타이어(2010~2018년), 키움증권(2019~2028년)으로 이어지면서 재정자립의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키움증권으로부터 연간 139억 원을 받고 있다.

2015년까진 원정 호텔비와 식비를 내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에 허덕이다 2016년 이후 흑자로 돌아서 2024년엔 300억 원 가량의 순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만년 적자인 9개 구단과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키움의 역사는 비난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폐쇄적 구단 운영과 고위층의 범법 행위, 선수단 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구단주의 배임 횡령, 승부조작, 음주운전, 트레이드 뒷돈 거래, 심판 매수, 이사회 의장의 갑질, 성폭력 연루, 폭행, 학폭 등 많은 불미스런 사건이 일어났다. 이럴 때마다 한국 프로야구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고, 팬들은 등을 돌렸다.
키움은 현존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우승을 못한 팀이다. 2014년, 2019년, 2022년 3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후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도 최하위로 꼽힌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축 선수는 FA, 트레이드, 해외로 유출되는데 즉시 전력 보강은 없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이정후 김혜성을 비롯해 박동원 김휘집 조상우 최원태 서건창 등이 최근 3년 동안 줄줄이 팀을 떠났다. 대신 키움이 받아 든 건 현금과 신인 지명권이다.

키움의 전략은 뚜렷하다. ‘FA를 지킬 수도, 데려올 수도 없다면 젊은 선수를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다.’ 우수한 자원을 최대한 끌어모아 이들이 최정점에 이르렀을 때 우승을 노린다는 계산이다. 키움은 그 시기를 에이스 안우진이 군 복무를 마치고 합류하는 2026년에서 2028년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신인들이 입단한다 해도 베테랑 중심 선수들이 팀을 이탈하는 한 우승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이런 키움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두 갈래로 엇갈린다. "응원할 만하면 떠난다"고 푸념하는 쪽이 있는 반면 "항상 젊고 활기가 넘치는 팀이라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키움은 아이러니컬하게 고교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구단이다. 기회가 열려 있기 때문이다. 팀 운영도 간섭을 최대한 줄이고 선수들 자율에 맡기는 편이다. 유독 키움에서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가 많이 나오는 것도 이런 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키움이 가고 있는 길을 비웃는 사람도 있고, 의미있게 지켜보는 사람도 있다. 프로 스포츠의 지향점이 우승인지, 육성인지 아니면 그저 흑자인지, 키움이 답을 알려줄 것이다.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