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지역 비하 한 적 없다" 결백 호소한 홍종표, KIA는 일단 믿었다… 그런데 왜 지금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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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KIA 내야수 홍종표(25)와 관련한 익명의 폭로글이 올라왔다. 홍종표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될 만한 주장들이 여럿 있었다.
홍종표가 교제하는 여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여성과 교제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여기까지는 보는 시각에 따라 아직 미혼 선수의 사생활로 넘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이 폭로글에는 KIA의 연고지인 광주를 비하했다는 주장도 담겼다. 소속팀 선수가 소속 선수의 연고지를 비하했다는 폭로에 팬들이 들끓었다.
해당 글이 논란이 되자 KIA는 홍종표와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쳤다. 홍종표는 "사생활 논란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KIA는 이 논란이 팀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해 자체 징계를 내렸다. 사실상 활동 정지 처분이었다. 팀 1군 엔트리에서 곧바로 말소했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하지 않았다. 심지어 마무리캠프 참가도 불허했다. 벌금 징계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 징계가 더 크게 번지지 않았던 것은 홍종표가 일각에서 제기하는 지역 비하나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구단도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면밀하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홍종표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 그런 내용은 타인의 손에서 쓴 폭로글에서 나왔다. 물증은 없었다. 홍종표는 사생활 논란에 대해서 인정하면서도 지역 비하는 없었다고 계속 강조했다.
오프시즌 내내 고민이었지만 더 이상 증거를 찾지 못한 KIA는 일단 홍종표를 스프링캠프 명단에 넣었다. 지난해 9월 구단이 내린 자체 징계는 이미 끝났기 때문에 지역이나 장애인 비하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더 이상 구속할 수 없었다. KIA는 이 문제를 가지고 계속 고민했고, 선수와 구단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드러내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선수와 구단을 대표하는 심재학 단장이 취재진 앞에 서 이 문제를 설명하고 사과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다면 왜 지금이었을까. 어쨌든 논란은 논란이었고, 내용 중 일부분은 선수도 인정했다. 논란을 일으킨 만큼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했다. 다만 문제가 터졌을 작년에는 확실하게 문제가 정리된 것이 아니었다. 구단도 그것이 사실인지 계속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다. 게다가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를 앞둔 상황이기도 했다. 그러다 시간이 흘렀고 오프시즌에 들어갔다.
오프시즌을 거치며 문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된 만큼 정규시즌에 들어가기 전 이 문제를 풀고 가야 한다는 내부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냥 묻고 시즌에 들어가며 망각에 기대할 수도 있지만 이는 도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 번쯤은 선수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고, 사실이 아닌 부분은 해명하고, 구단의 그간 방침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가 필요했다고 볼 수도 있다. 아니면 계속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2025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 한 번은 털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었고, 그 시점을 시범경기 시작으로 잡은 것이다.

홍종표는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팬분들께서 걱정하시는 광주 지역 비하 논란에 관해서는 내가 한 적이 없다. 내가 태어나고 어렸을 때 지냈던 곳이 수도권이었기 때문에 그냥 단지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것인데 이제 그게 광주 지역 비하로 과장이 돼 이야기가 퍼졌다. 팬들께서 오해를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거듭 주장했다.
심재학 단장 또한 "홍종표에 대해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았다. 작년에 구단에서 자체 징계를 엄격하게 내렸다. 구단에서는 홍종표가 직접 이야기한 기록을 찾지 못했다. 선수 본인이 절대 지역 비하 발언은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선수를 믿고 있다"라고 구단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미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렸다고 한 만큼 홍종표의 8일 발언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확실한 내용이 없다면 이번 사태는 여기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강릉고를 졸업하고 2020년 KIA의 2차 2라운드(전체 16순위) 지명을 받은 홍종표는 내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활용성과 공·수 모두에서의 재능을 바탕으로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 2020년 1군 40경기에 나갔고, 이후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복무를 한 뒤 2023년 팀에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공격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며 100경기에 나가 타율 0.295를 기록했다. 단순한 대수비 요원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며 KIA 내야에 자리를 잡았다.
업계에서는 홍종표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런 팀 내 입지에도 불구하고 KIA가 과감하게 정리에 나섰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는다. 하지만 구단은 일단 선수의 말을 믿었고, 뒤집을 만한 근거는 더 나오지 않았다. 홍종표는 2025년 전력에도 포함된 채 시즌을 준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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