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종목’ 프로복싱의 봄바람, MZ세대 중심 인기 '꿈틀' [유병철의 스포츠 렉시오] > 스포츠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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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투기] ‘잊혀진 종목’ 프로복싱의 봄바람, MZ세대 중심 인기 '꿈틀' [유병철의 스포츠 렉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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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싱커미션(KBM) 주축, 연간 30여 대회 개최
젊은 유료관중이 부활의 원동력
남은 과제는 18년째 끊긴 남자 세계챔프 배출


요즘 프로복싱을 보신 적이 있는지요? 지난 9일 열린 국내 프로복싱대회의 한 장면./KBM



# 프로복싱은 한국에서는 ‘잊혀진 프로스포츠’입니다. 한때 국내 유일의 프로스포츠였고, 1970~1980년대 최전성기를 거치며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세계타이틀매치가 열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김기수 유제두 홍수환 장정구 유명우 등 한국은 무려 43명의 남자 세계챔프를 배출했죠.

그런데 지금은 프로복싱, 아니 복싱 자체를 뉴스로 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언론사에 제대로 된 복싱 담당기자가 없을 정도입니다. 어쩌다 접하는 외신에서 매니 파키아오, 플로이드 메이웨더, 이노우에 나오야(현 4대기구 슈퍼밴텀급 통합챔피언), 올렉산드르 우식(현 3대기구 헤비급 통합챔피언) 등의 이름을 통해 프로복싱이라는 스포츠가 외국에서는 아직도 성황이구나 새삼 느끼는 형편입니다.

황현철 KBM 대표이사. 2개 방송사의 복싱해설위원과 복스렉 한국위원을 맡고 있는 복싱전문가다.

# 그런데 이 프로복싱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그것도 저변확대를 통해 생활체육에서 전문체육으로 즉, ‘다운톱’ 방식으로 말이죠. 더욱이 그 주체가 MZ세대라고 하니 그 긍정적인 변화에 더욱 관심이 갑니다. 국내 5개 프로복싱단체 중 가장 왕성하게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한국복싱커미션(이하 KBM)의 황현철 대표는 "일단 경기장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경기장에 직접 와서 보면 확연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예전 공짜표가 난무하고, 난삽한 분위기와 그에 어울리지 않는 화환들, 그리고 링에 올라 얼굴팔기에 바쁜 지역유지들 등 케케묵은 문화는 사라졌어요. MZ세대들 중심으로 찐 열정을 가진 복싱인과 팬 들이 새롭고 깔끔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9일 프로복싱 경기가 열린 관악구민센터. 사진은 사각의 링 한쪽의 관중들. 이날 약 800명의 유료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KBM

# 이에 지난 9일 오후 KBM 한국 웰터급 챔피언결정전 등 11경기가 열리는 관악구민체육센터를 찾았습니다. 필자가 ‘라떼’인지라 주최측에 부탁해 복싱문외한인 25살 제 딸아이가 경기를 현장에서 보고 소감을 체크해보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100점 만점에 최소 90점 이상. 1996년부터 프로복싱을 취재해왔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만 5년여 만에 현장을 찾았는데 분위기가 이전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진짜 프로복싱이 아래에서부터 문화 자체가 바뀌고 있었죠. 먼저, 1, 2층을 꽉 메운 800명의 관중은 대부분 30대 이하로 젊은 세대였습니다. 여성팬도 많고, 응원도 다채롭고 열성적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모두 유료관중이라는 점. 인터넷 예매를 하고, 현장에서 온라인티켓을 확인한 후 출입밴드를 착용해야 관중석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가격은 링과 가까운 순서대로 10만원, 7만원, 5만원. 선수와 친분이 있는 지인이라고 해도 부담되는 가격입니다. 이 ‘젊은 티켓파워’ 덕에 프로모터들이 대회를 유치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프로모터와 지도자(체육관 관장)도 MZ세대가 주류였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프로복싱 경기장에는 젊음이 넘쳤습니다.

9일 현장에서 찍은 티켓 안내문.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철저하게 유료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유병철

# 변화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SBS스포츠 및 tvn스포츠의 복싱해설자이기도 한 황현철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코로나 때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엔데믹과 함께 다이어트 및 건강스포츠로 복싱이 젊은 세대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어요. 전국적으로 복싱체육관이 계속 늘어나 지금은 정확히 몇 개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KBM에 등록된 체육관이 400개가 넘고, 전국적으로 적어도 2000개는 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체육관 당 50명 정도의 관원이 있다고 가정하면 활성화된 복싱동호인은 못해도 10만 명에 달합니다. 이곳(관악구민체육센터)에서도 어제(8일) 생활체육대회가 열렸는데, 동호인 출전선수가 400명이 넘었죠. 매 주말이면 전국적으로 4~5개의 크고작은 생활체육복싱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프로대회도 저희 KBM은 월 2~3회를 개최하는데, 2024년은 총 32개 대회를 주관했습니다. 대회마다 800명에서 1200명의 유료관중이 옵니다. 대회를 개최하는 프로모션도 KBM에 가입된 곳이 11개에 달합니다."

프로대회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관악구 생활체육 복싱대회 모습. 선수만 400명이 출전했다고 하며, 실제로 인근 이면도로에 주차난이 발생하기도 했다.

# 이쯤이면 한국 프로복싱이 세대교체와 함께 확실히 체질을 개선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스포츠사회학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미래의 인기스포츠는 단순히 보는 스포츠가 아니라, 팬으로 해당 종목을 직접 즐겨야 한다.’ 바닥을 친 후 조용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한국 프로복싱이 이에 꼭 들어맞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고무적인 것은 그 주축이 MZ세대라는 점이죠. 탁구, 배드민턴, 달리기, 게이트볼, 파크골프 등 생활체육 인기종목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들 종목들은 대체로 장노년층이 많은 반면 복싱은 탁월한 다이어트 효과와 때리고 맞는 종목의 특성 상 젊은이들이 주를 이룹니다.

실제로 동행한 20대 딸의 반응을 체크했는데 의외였습니다. 지루한 것을 잘 견디지 못하는 딸은 4시간 가까이 이날 프로복싱 경기를 몰입해서 관전했습니다. 화끈한 KO승부가 나거나, 명승부였던 메인이벤트에서 김진수(안산제일)가 막판 반격으로 김용욱(더원)에게 역전승을 거둘 때는 스스로 환호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복싱이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네. 그리고 복싱하면 정말 살이 많이 빠지고, 체형이 좋아져?" 막 직장생활을 시작하려고 하는 딸은 경기장을 나서며 복싱을 배워볼까 하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이날 메인이벤트였던 KBM 한국 웰터급 챔피언결정전은 명승부였다. 김진수(왼쪽)가 김용욱과 난타전을 벌인 끝에 역전드라마로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KBM

#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환골탈태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한국 프로복싱. 그렇다면 당면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1년에 2~3회 세계타이틀매치 심판으로 외국에 나가는 임준배 국제심판은 이렇게 진단합니다.

"일본 프로복싱이 우리와 비슷한 과거를 겪은 후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그리고 그 화룡점정은 지난 1월 타이틀매치에서 한국의 도전자 김예준 선수를 꺾은 이노우에 나오야 선수이지요. 올해 말 사우디에서 경기를 치르는데 대전료가 2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거든요. 현재 세계프로복싱에서 중량급은 서구, 경량급은 일본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 차례입니다. 한국의 마지막 세계챔피언은 2007년 7월 WBC페더급 타이틀을 자진반납하고 K-1으로 이적한 지인진 선수입니다. 약 18년 동안 한국은 남자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이 없습니다. 저변이 젊어지고, 넓어진 만큼 이제 스타 플레이어만 나오면 한국 프로복싱은 과거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인기종목으로 부활할 수 있습니다."

장강후랑추전랑. 장강은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며 흐른다고 하죠. 젊어진 한국 프로복싱의 도도한 물결을 응원하고픈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유병철( [email protected] )


https://m.sports.naver.com/general/article/629/0000371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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