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 [SW인터뷰] 물도 못 마시는 라마단, 그래도 야쿱은 코트를 폭격한다… “오로지 KB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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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의 모하메드 야쿱이 11일 경민대 기념관에서 OK저축은행과의 6라운드 경기를 펼친 후, 수훈 선수로 선정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허행운 기자 |
종교적인 신념과 선수로서의 본업, 그 사이에서 최고의 균형을 찾고자 한다.
남자프로배구 KB손해보험은 올 시즌 복덩이를 찾았다. 바로 아시아쿼터 모하메드 야쿱(바레인)이다. 지난 1월 대체 선수로 팀에 합류해 연일 최고의 활약을 수놓는다. 안드레스 비예나-나경복을 잇는 마지막 퍼즐로 나타나 리그 최고 삼각편대를 꾸려 팀의 2위 비상을 책임지는 중이다.
그의 코리안 드림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 도전했지만, 구단 사전 선호도 조사 상위 30위에 들지 못해 트라이아웃 현장인 제주도에도 초청되지 못했다. 이유는 작은 신장에 있었다. KOVO 프로필상 키는 187㎝인데 이마저도 신발을 신고 측정한 수치다. 본인에 따르면 맨발 신장은 179㎝에 불과하다. 공격의 한 축인 아웃사이드 히터에는 어울리지 않는 숫자다. 이 때문에 야쿱을 택하는 모험을 감행한 팀은 없었다.
그랬던 그를 KB손보가 품었다. 구단 지휘봉을 들 뻔했던 남자배구 대표팀의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이 야쿱을 적극 추천하면서 레이더망에 그가 들어왔다. 라미레스 감독은 클럽 겸직 이슈로 연을 맺지 못했지만, 야쿱은 결국 구단의 러브콜을 받아냈다. 바레인에서만 선수생활을 해왔던 그의 첫 해외 무대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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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의 모하메드 야쿱이 서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엔딩은 알 수 없지만, 봄배구에 닿은 만큼 과정은 무척 만족스럽다. 야쿱은 “포스트시즌(PS)이 다가오는 게 체감된다.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 남은 시즌을 잘 마무리해야 팀이 하나로 뭉쳐서 처지지 않고 PS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마음을 다잡는 중이다.
사실 배구 외적인 요인으로 컨디션 유지가 쉽지는 않다. 야쿱은 독실한 이슬람교 신자다. 그리고 지금은 이슬람교의 금식 기간인 라마단(2월28일~3월29일) 시기다. 신자들은 이 기간 해가 떠 있을 때 어떤 음식도 입에 댈 수 없다. 심지어 물도 마셔서는 안 된다. 타지에 홀로 떨어진 야쿱이지만, 규율 준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는 “시즌이 한창이라 매일 금식하지는 못한다. 경기일이나 하루에 훈련이 2회 이상 편성된 날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대신 지키지 못한 날은 추후 바레인으로 돌아가 채울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며 “대신 훈련이 없거나 1회만 있는 날은 확실하게 금식한다. 그때는 당연히 물도 마시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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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의 모하메드 야쿱이 경기에서 승리한 후, 코트 위에서 승리 수훈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운동을 하며 땀을 흘릴 수밖에 없는 직업 특성상, 수분이 공급되지 않는 건 생각보다 더 고된 일이다. 하지만 강인한 정신으로 버틴다. 야쿱은 “처음 하는 라마단이 아니다. 평생 해오던 일이기에 괜찮다”며 “단식이긴 하지만 해가 떨어지면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때 평소보다 많이 먹어서 최대한 에너지를 비축하려고 신경쓰는 중”이라고 힘줘 말했다.
물론 그마저도 자유롭지 않다. 구단 식당에서 할랄 방식으로 제공해주는 음식만 먹는 그는 종교적인 이유로 한식을 비롯한 다른 음식을 한 번도 입에 대지 않는다. 음식 섭취가 가능한 시간이 되더라도 구조적으로 원하는 만큼의 폭식이 힘든 배경이다.
그럼에도 씩씩하게 코트를 누빌 생각만 한다. “개인적인 신념으로 인한 금식이 팀에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고 고개를 가로저은 그는 “중요한 건 내가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공격·리시브·서브 무엇이든 경기마다 팀이 필요한 하나씩을 반드시 채워주는 선수가 되겠다”며 봄배구를 향한 살신성인의 의지를 띄워 보냈다.
의정부=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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