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 '전영오픈 트로피 들고 귀국' 안세영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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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최고 권위 대회 전영오픈을 제패한 안세영(삼성생명)은 자신의 전성기가 아직 오지 않았다며 더욱 압도적인 경기력을 예고했다.
안세영은 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전날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위(2위·중국)를 물리치고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은 올해 들어 20연승을 이어가는 한편,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를 비롯해 4개 대회 연속으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1899년 시작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대회인 전영오픈에서는 2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귀국 직후 취재진과 만난 안세영은 "2년 전엔 우승할지 모르고 우승했다면 이번엔 내가 마음먹은 대로 하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했다"며 "자신감이 찬 만큼 왕관 세리머니가 하고 싶었다. 영국인 만큼 '퀸'처럼 한번 해봤다"고 싱긋 웃었다.
32강 가오팡제(중국·15위), 16강 커스티 길모어(스코틀랜드·33위), 8강 천위페이(중국·13위), 4강 야마구치 아카네(일본·3위)에 이어 왕즈위까지 세계 톱 랭커를 모조리 꺾어야 하는 힘든 대진이었던 만큼 뿌듯함도 배가 됐다.
"처음에 대진을 보고 '이게 맞나' 생각했다"며 웃은 안세영은 "어차피 다 이겨야 챔피언이 될 수 있다. 이 또한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을 갖고 하루하루, 한 게임만 생각하면서 나아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야마구치 아카네와의 4강전 2게임 도중 왼쪽 허벅지 통증을 느꼈다. 코트가 조금 미끄러웠던 탓에 오른쪽 허벅지 근육에도 조금 무리가 갔다. 그런데도 결승전에서 왕즈위를 끈질긴 수비로 묶었고,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세영은 "갑자기 왼쪽 다리에 쥐가 올라와서 멘털적으로 힘들었는데, 포기하지 않았더니 더 멋진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대회 도중 약간의 불찰로 감기에 걸려서 호흡도 힘들었고 몸 상태가 잘 올라오지 않았다"며 "그래도 잘 이겨내고 좋은 결과를 가져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여자프로농구 부천 하나은행의 베테랑 김정은이 '반복에 지치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던 말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쉴 때 다양한 스포츠를 많이 보는데, 여자농구에서 선배 언니가 어린 선수들에게 '반복에 지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하셨더라"라는 안세영은 "경기 중간에 반복적인 플레이를 하다가 지치는 순간 지는 건데, 그걸 잘 이겨낸다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그 말이 정말 와닿았다"며 감명받았다고 했다.
안세영은 결승전 2게임에서 왕즈위와 무려 79차례나 랠리한 끝에 점수를 따내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안세영은 "정말 수많은 감정이 오갔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기도 하고, 한 발만 더 가면 될 것 같기도 했다"며 당시를 떠올리며 웃은 뒤 "숨도 참아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 그 긴 랠리를 잡아낸 게 정말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뒤엔 왕즈위에게 "다음엔 이렇게 긴 랠리를 하지 말자. 너무 힘들다"고 재밌게 말했고, 왕즈위는 축하로 화답했다고 전했다.
안세영은 올해 들어 벌써 20연승에, 국제대회 4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할 수 있는 만큼 연승 행진을 이어 나가고 싶다는 안세영은 지금이 전성기냐는 질문에 "앞으로 보여드릴 게 더 많다"며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안세영은 '위대한 경기였다'는 배드민턴계의 평가가 나오는 이번 경기를 두고도 "70∼80점 정도인 것 같다. 이런 경기가 앞으로 다시는 안 나올 그 정도의 경기는 아니다"라며 더욱 눈부신 활약을 예고했다.
마땅한 적수가 없어 보이지만, 안세영은 "모든 선수들이 가진 각기 다른 장점을 다 흡수하고 싶다"며 "그들의 모든 플레이와 샷이 내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역대 최고 선수라는 뜻의 '고트'(GOAT·Greatest Of All Time) 칭호가 붙는 데 대해서는 "정말 영광스럽기도 하고 자신이 더 자랑스럽기도 하다"며 "그런 말들이 내게 더 동기부여된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노력하게 된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목표로 했던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는 이제 한발짝이 남았다.
내달 8일부터 중국 닝보에서 열리는 아시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안세영은 "다른 대회보다 성적이 잘 안 났던 대회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그랜드슬램이라는 목표가 이제 뭐 큰 의미가 있겠나. 그냥 재미있게 경기하고 싶다"며 세계 최강답게 답했다.
곧바로 2025 전국연맹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전북 정읍으로 향하는 안세영은 "일단 허벅지 상태를 체크해보고 경기 출전 여부를 정리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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